목소리를 드릴게요_정세랑(아작)

rk_dal 2022. 4. 24. 17:08

✔완독: 4월 23일

✒기록: 4월 24일

📜카테고리: 소설, SF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들 중 첫번째로 읽어본 책이다. SF 단편집으로, 총 8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모든 작품이 재미있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은 소설은 제목이기도 한 ‘목소리를 드릴게요’다. 주인공의 목소리는 6개월 이상 들으면 내면의 살인 성향을 깨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우연일까 생각했지만 정부의 비밀기관에서 주인공을 납치하여 가두고 당신의 목소리에는 이러이러한 특성이 있음을 조사 결과와 함께 알려준다.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성대 제거 수술을 해야만 한다. 주인공은 그 기관에서 수술을 할지 말지 결정을 하기까지 자신처럼 잡혀온 다른 사람 몇명을 만나게 되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성대 제거 수술을 했을까, 한다면 얼마나 고민하고 결정했을까, 목소리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질문들이 떠올랐다. 평소 내 신체에서 감각이 하나 없어진다면, 어떤 신체 능력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 떠오른 것은 후각과 목소리였다. 물론 둘 다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지만 하나를 꼭 상실해야한다면 후각과 목소리인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말하는 것이 어렵다. 말은 나에게 너무 즉흥적이고 속도가 빠른 수단이다. 말을 해서 후회한 적이 안해서 후회한 적보다 많다. 어쩔 수 없이 말을 못하게 된다면 말을 하는 상황에서 겪는 곤란함이 줄지 않을까 하고 평소에도 생각했다. 면접, 발표, 사회생활 등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안(못)할 수 있을 테니까. 주인공의 상황은 성대 제거 수술을 하면 목소리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직업을 얻을 수 있게 해주고, 연금을 준다는 혜택이 있었기에 더욱 유혹적이었다. 목소리가 없어져서 아쉬운 점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되는 것 정도가 떠올랐다. 이내 그 아쉬움이 생각보다 매우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롭게 읽었던 다른 소설은 ‘리틀 베이비블루 필’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늘색의 작은 알약에 대한 이야기다. 이 약을 복용하면 복용 후 3시간 안에 보고 듣는 모든 것은 영원히 기억하게 된다. 이 작다면 작은 효과가 세상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정말 놀라웠다. 본래 목적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것이었다. 나도 딱 한 알만 있으면 우리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읽을수록 이 약은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긴 했지만.

 

 SF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상정하여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특히 이 책은 전에 읽었던 나인폭스 갬빗처럼 웅장한 스케일이 아니었기에 현실 속에 작은 비현실적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써 오히려 현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오디오북으로 읽었다. 그래서 오디오북에 대한 의견들이 몇 가지 더 늘어났다. 

1. 성우분들의 목소리가 내 취향인지가 꽤나 중요하다. 목소리에 따라 이 책을 계속 들을지 말지 고민하게 되었다. 

2. 성우분들의 목소리가 등장인물들의 성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텍스트로 캐릭터들의 대사를 읽을 때에는 각 캐릭터들의 특성에 맞는 목소리를 상상하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읽게 된다. 반면 오디오북에서는 성우분이 캐릭터와 대사를 먼저 해석한 후의 내용이 나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상상의 폭이 줄어든다. 또한 성우분의 목소리가 여린 경우, 아무리 캐릭터에 맞춰 연기를 하며 읽는다 해도 캐릭터를 그 목소리에 맞춰 해석하게 된다. 

 

결국, 오디오북에 있어서 성우란 정말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 책의 내용, 특성에 맞춘 성우 선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준을 세우기란 정말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