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선_아멜리 노통브(열린책들)

📜카테고리: 소설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의 홍보 게시물을 보고 ‘문헌학도’가 주인공이라는 말에 끌려 저장해놨던 책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찾아봤지만 발빠른 누군가 이미 선점해서 나중에 봐야하나..하고 있던 차에 밀리의 서재에 들어온 걸 보고 바로 읽었다. 이렇게 내가 보고싶었던 책이 딱 있는 순간이면 구독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문헌학을 전공하는 19살의 대학생 앙주가 독서장애를 가진 16세 소년 피의 과외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소설이라 금방 다 읽었다. 꽤 재밌게 읽었는데, 좋았던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첫번째로, 여러가지 책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독서장애를 낫게 하는 것이 과외의 목적이다보니, 앙주는 피에게 여러 책들을 읽게 한다. ‘적과 흑’,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변신’ 등 유명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과거에 읽었던 책들이 대부분이라 반가웠다. 비록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두번째로, 앙주와 피의 대화가 정말 재밌다! 피가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내용에 관해 둘이서 토론을 벌이는데, 두 인물 모두 냉소적인 동시에 감상적이라 책의 내용을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하고 말하는 데 거침이 없어서 티키타카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니었던 포인트도 있었다. 대학에서 앙주를 가르치는 비교신화학 교수가 앙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19세 대학생을 향한 50세 교수의 사랑고백이라니…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장면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가 앙주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이해를 못했다. 소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이렇게 감상을 쓰고 있자니 이런 일이 가능하긴 할 궁금하긴 하다. 31살의 나이 차이에도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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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친 문장

"넌 모든 것에 답을 갖고 있구나."
내가 웃으며 말했다.
"나쁜 거예요?"
"그보다는 네 한계를 보여 주지. 오류가 있을 수 없는 추론은 스스로를 유효화해. 추론 그 자체 속에 닫혀 있는 것, 그게 바로 우매함의 정의야."

 

카프카는 식탁에서 오로지 아버지만 비니거를 소리 내 핥아 먹을 권리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분노를 삭이지 못해. 그 자체로는 별것 아닌 이러한 억압이 그의 펜 아래에서는 범죄의 가치를 지니게 되지.

 

나도 자네처럼 늘 혼자였지. 그렇다고 불평하는 건 아냐. 고독을 좋아하거든. 고독을 벗어나는 유효하고 유일한 이유는 사랑뿐이야.

 

피가 잘 요약한 것처럼, 내가 그에게 끼친 영향은 그를 위대한 문학의 독자로 변모시킨 데 있었다. 위대한 문학은 무해성(無害性)의 학교를 제외한 모든 것이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셰익스피어, 이들만 예로 들어도, 그들은 뛰어난 젊은이에게 그런 쓰레기들을 제거해 버리라고 명령했을 것이다.

확실히 많은 문학 작품들에서 악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 아래 살해되거나 병에 걸리거나 재해에 휩쓸리는 등의 방식으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소설이 많기도 하고. 그래도 위대한 문학 작품들을 읽고 부모님을 살해한 건.. 이해가능한 범주를 넘어섰다. 결코 피의 부모님을 좋은 부모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