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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_캐럴라인 냅(바다출판사) 본문

명랑한 은둔자_캐럴라인 냅(바다출판사)

rk_dal 2022. 4. 20. 00:28

✔완독: 4월 18일

✒기록: 4월 19일

📜카테고리: 에세이, 인문

 

오랜만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게 아까운 책을 만났다. ‘명랑한 은둔자’는 캐럴라인 냅의 에세이집으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커다란 5개의 주제로 묶어낸 책이다.

 

캐럴라인이 지금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그녀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재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1990~2000년대 초반 사이에 쓰여진 글들이다보니 그 시대에 맞춰진 글들이 많다. 물론 시대를 관통하는 글도 많아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그 시절에 이런 생각을 했구나, 지금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작가가 쓴 책 중 '드링킹'이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알코올 중독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억해두었다가 읽어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나 사이의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실 여성 독자나 내성적인 독자라면 누구나 공통점을 많이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가장 큰 공통점을 써보자면, 내성적이라는 점, 쌍둥이 중 동생이라는 점이다. 쌍둥이인데다가 그 중에서도 동생이라니, 잠깐 이건 운명이 아닐까 생각했다. 공통점이 있는 만큼 차이점도 있었다. 그녀는 술에 한때 중독되는 지경까지 갔지만 나는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다. 그녀는 그녀의 쌍둥이와 소위 텔레파시처럼 통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나는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런 차이점들에 대해 읽을 때에도 나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작가는 내가 막연히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글의 형태로 구체화한다. 그런데 그렇게 구체화한 문장과 단어들이 너무나도 적절하다. 혼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절로 명확해진다. 오랜만에 적잖은 문장들에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

 

그녀도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좋았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래서 그녀의 문장들이 이상적으로만 보이지 않았고, 나에게 위로로 다가왔으며, 많은 공감과 위안, 안도를 느끼게 했다. 편한 인생 선배를 만난 느낌이다.

 

많은 문제들의 해결책은 항상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 속 대부분의 문제들은 결국에는 자존감, 건강 등으로 귀결된다. 얼마나 이것을 잘 설명하느냐가 주된 문제인 듯하다.


밑줄 친 문장 중 일부

하지만 나는 친구가 잠시 벗어난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을, 쉴 시간과 빈 시간을, 고독과 고립을 헷갈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
우정은 때로 아주 실질적이고 긴요한 것이지만, 여러 관계들 중에서 가장 일시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마모는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변하고, 각자 자기 갈 길을 간다.
희석된 고통은 직면한 고통과 결코 같지 않다.
성인이 된 뒤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그 밑바탕에는 늘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렸고,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렸고, 내게 맞는 남자나 직업이나 신발, 옷, 헤어스타일 따위가 휙 하고 나타나서 나를 바꿔주기를 기다렸다.
내게 생기는 좋은 일들은 모두 외부적 요인의 산물이라고 여기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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