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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허블) 본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허블)

rk_dal 2022. 5. 3. 16:29

✔완독: 4월 30일

✒기록: 5월 3일

📜카테고리: 소설, SF

 

 내가 두번째로 읽은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 정말 유명하고 인기있는 작품인데,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SF 단편 소설집이다.

 

 1년 전 즈음에 한강을 산책하면서 라디오를 듣다가 이 책의 ‘감정의 물성’의 일부분을 들은 적이 있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읽으면서 기억이 났다. 밤에 선선한 바람이 불 때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프루스트 효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향기가 기억을 일깨워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깨워주기는 했으니까.

 

 모든 SF 작품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머릿속에서 창조해낸 세계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 구현해낸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나는 거의 나만 보는 공간에 내 생각을 짧게 옮겨 적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채로운 여러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도 신기하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토록 다양한 SF 세계관이 탄생할 수 있다니.

 

 수록된 여러 작품들 중 ‘공생 가설’이 정말 흥미로웠다. 외계인과 인간이 공생 관계에 있었다는 상상이 새로웠다. 읽으면서 스테프니 메이어의 소설 ‘호스트’가 떠올랐다. ‘호스트’에서는 외계인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머릿속에 들어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비슷했다. 인간이 아주 어릴 때에만 외계인이 머릿속에 머문다는 설정에서는 ‘메리 포핀스’가 생각났다. ‘메리 포핀스’에서는 어린이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들은 메리 포핀스와 함께 살면서 여러 가지 환상적인 경험들을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것이 비슷해보였다.

 

 이렇게 다른 작품들이 종종 떠오른다. '스펙트럼'에서는 외계인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을 보면서 영화 '컨택트'가 생각났다. 인간과 언어 구조 자체가 다른 외계인들. 만약 언어학자가 '스펙트럼'의 주인공이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소통을 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음성 언어가 가청주파수를 넘어갔기 때문에 실패했을 수도 있겠다. 다른 작품이 떠오를 때 비슷한 부분을 놓고 어떤 점이 다른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옛날엔 한국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꽤 자주 찾아 읽고 있다. 취향의 범위가 넓어져서 좋다.


밑줄 친 문장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읽다가 문장이 인상적이라서, 정말 문학적이라서 밑줄을 쳤다.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간다는 표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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